앞을 보면 아치형 유리 쇼윈도가 줄지어 있고, 머리 위로는 아치 유리 지붕이 길게 이어진 통로가 보이죠. 로열 생 위베르 갤러리입니다. 제가 앤디라면 이렇게 말할게요. 이건 길이 아니라, 브뤼셀이 숨겨둔 크리스털 터널이에요.
천팔백사십육년엔 여기 주변이 어둡고 좁은 골목 미로였대요. 그런데 젊은 건축가 장 피에르 클뤼제나르가 왕실의 허가, 그러니까 레오폴드 일세의 마음까지 얻어서, 골목을 싹 정리하고 이백십삼 미터짜리 호화 아케이드를 만들었죠. 말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진짜로 왕의 갤러리, 여왕의 갤러리, 왕자의 갤러리, 이렇게 셋으로 나뉩니다.
천팔백사십칠년에 문을 열 때는 기둥이 늘어선 입구 공간, 페리스타일 아래로 사람들이 몰려와 연설하고 음악도 울리고, 축제가 벌어졌어요. 입구 위엔 옴니부스 옴니아, 즉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요.
고개를 들어보세요. 이탈리아풍 파사드가 분홍빛과 황토빛으로 물들고, 층을 나누는 필라스터, 그러니까 납작한 기둥 장식과 대리석처럼 보이게 만든 장식이 보일 거예요. 조각상과 부조는 무역과 산업을 기리는 건데, 이곳을 가능하게 한 진짜 주인공들이었죠. 유리 아치 지붕은 지금도 자연광을 쏟아붓고, 엘이디 조명 이전엔 가스등 불빛이 쇼윈도에 반사돼 동화책처럼 반짝였답니다.
여긴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약속 장소이자 카페, 패션 런웨이였고,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샤를 보들레르, 그리고 코브라 운동의 초현실주의 화가들까지 드나들었어요. 게다가 천팔백구십육년, 브뤼셀 최초의 공개 영화 상영이 여기서 열렸고 뤼미에르 형제의 영상이 처음으로 깜빡였죠.
지금도 초콜릿을 고르든, 앤티크 책을 뒤지든, 극장에 들어가든, 당신은 왕과 예술가와 몽상가가 밟던 길 위에 서 있어요. 이름이나 구조가 더 궁금하면 채팅으로 물어봐요. 제가 귀가 닳도록 들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