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플라스 건너 정면을 보세요. 하늘로 찌를 듯한 첨탑 꼭대기에 금빛 조각상이 번쩍이는 고딕 걸작, 브뤼셀 시청사입니다. 도시에서 제일 화려한 웨딩케이크 같죠.
이야기는 천사백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요. 시장의 빵 냄새, 진흙길을 오가던 귀족들 사이로 첫 돌이 놓입니다. 왼쪽이 가장 오래된 부분인데, 천사백일년에 세운 원래 탑이 그대로예요. 뾰족한 아치에 진심인 건축가였겠죠. 이후 길드, 그러니까 직업 조합들이 시정에 한자리 달라며 힘을 보태고, 별명부터 센 ‘대담공 샤를’이 긴 날개 동의 기초를 놓습니다.
천육백구십오년, 프랑스 군대 칠만 명이 포격을 퍼붓자 광장 건물들이 불타고 기록도 잿더미가 되죠. 그런데 표적이던 시청사는 껍데기만 남긴 채 버텼습니다. 집과 땅을 팔아 증축까지 했고요.
탑은 브라반트식 고딕, 즉 브뤼셀 일대에서 유행한 날렵한 고딕 양식으로 구십육 미터. 왕관 같은 팔각 등롱을 얹었고, 얀 반 라위스브룩이 만들었습니다. 꼭대기 성 미카엘이 용 같은 악마를 제압하는 모습도 보세요. 탑과 정면이 살짝 어긋난 건 유명한데, 건축가가 절망해 뛰어내렸다는 전설이 있어요. 저는 설계 변경 때문에 에스프레소가 급했을 거라 봅니다.
천팔백년대엔 외벽에 조각상을 마구 늘려 지금은 거의 삼백 개. 성인, 기사, 상징 인물들이 표정으로 패션 평가를 하는 듯합니다. 문가의 사자들은 도시 문장을 지키고, 정직한 재판관 전설과 미해결 이야기들이 조각으로 숨어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면 목재 벽의 고딕 룸, 메헬렌 태피스트리, 초상화 가득한 막시밀리안 룸, 십팔세기 왕들이 줄 선 복도, 그리고 안뜰의 대리석 별이 브뤼셀 지리적 중심을 찍습니다.
혁명가의 무대, 전쟁 부상자의 피난처, 시장과 군주의 행진로, 무서운 가고일, 그러니까 빗물을 빼는 괴물 조각들의 전시장이기도 했죠. 오늘은 유네스코,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의 일부로 그랑플라스를 지킵니다. 더 궁금한 건 건축, 내부, 영향 중 뭐든 채팅에 물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