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왕궁을 찾는다면 팔레 광장 건너편에 딱 서 있는, 좌우가 칼같이 대칭인 돌 건물부터 보세요. 입구 위 가운데엔 벨기에 국기가 펄럭이고, 앞에는 기둥이 줄지어 선 현관, 그러니까 포르티코가 “여기가 정문이오” 하고 선언합니다.
자, 왕관은 잠깐 주머니에 넣고 이야기로 들어가죠. 이 언덕 쿠덴베르크에는 중세에 성채가 있었어요. 갑옷 입은 기사, 연회장, 그리고 브라반트 공작들이 이웃에게 잘 보일 궁리를 하던 자리였죠. 문제는… 불이 너무 자주 났다는 것. 성 지붕이 성냥으로 만든 줄 알 정도예요. 특히 천칠백삼십일 년 대화재로 거의 다 타고 돌벽과 중세 예배당만 버텼습니다.
이후 십팔 세기 말, 동네를 싹 정비해 길을 내고 오스트리아령 네덜란드 총독을 위한 새 궁전을 세웠죠. 그리고 레오폴드 이세가 등장합니다. “작다!” 한마디로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지금의 격식 있는 외관을 만들었는데, 재미있게도 정면 길이가 버킹엄 궁전보다 오십 퍼센트나 더 길어요.
하지만 반전, 여기엔 아무도 안 삽니다. 국왕 가족은 라켄에 살고, 이곳은 국왕의 ‘사무실’이에요. 국정, 연회, 외국 귀빈 접견이 열리죠. 위쪽의 벨기에 조각상 옆에는 산업과 농업을 기리는 조각이 서 있어 “일도 해야지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앞엔 프랑스식 정원과 금빛 문, 뒤엔 영국식 정원, 세 개의 날개 건물이 안뜰을 감싸 마차와 수군거림, 그리고 비둘기 한두 마리까지 상상하게 만들죠.
머릿속으로 내부도 둘러볼까요. 떠 있는 듯한 흰 대리석 계단, 나폴레옹이 들렀던 엠파이어 룸, 천장에 딱정벌레 날개가 백만 개 넘게 박힌 거울의 방, 그리고 왕좌가 없는 왕좌의 방까지. 제일차 세계대전 때는 군 병원으로도 쓰였습니다. 국기가 걸려 있으면 국왕이 국내에, 정문 근위병이 딱 각 잡고 서 있으면 안에 있다는 뜻. 칠월부터 구월 초까지는 실제로 관람도 가능해요. 더 궁금한 점은 채팅에서 이야기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