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눈앞에 펼쳐진 곳이 브뤼셀의 그랑플라스예요. 울퉁불퉁한 조약돌 바닥을 둘러싼 금빛과 흰빛 건물들, 바로크 양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바로크는 장식이 과감하고 화려한 스타일인데, 여기선 건물들이 “나 좀 봐줘” 하고 경쟁하는 느낌입니다. 제일 찾기 쉬운 건 시청사 종탑이에요. 하늘로 쭉 뻗어서 광장의 심장처럼 서 있거든요.
원래는 열한 세기부터 소박한 시장이었대요. 빵, 천 같은 물건을 팔고 사느라 북적였겠죠. 그런데 드라마가 빠질 수 없었습니다. 천육백구십오년, 프랑스 대포가 불덩이를 쏘아 올리며 동네가 불바다가 되고 시청사 외벽과 몇몇 돌벽만 간신히 남았어요. 브뤼셀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재건했고, 고딕, 바로크, 루이 십사세 양식이 한 무대에 같이 서는 지금의 풍경이 됐죠. 시청사 탑이 가운데가 아니라 살짝 치우친 것도 보이나요? 설계자가 충격 받아 지붕에서 뛰어내렸다는 전설이 있는데, 글쎄요, 건물만큼이나 비뚤어진 이야기일지도요.
여긴 예쁘기만 한 곳도 아니었습니다. 종교와 정치로 충돌이 벌어져 개신교 신자들이 순교했고, 스페인 지배 시절엔 ‘왕의 집’, 다른 이름으로 ‘빵의 집’ 앞에서 백작들이 참수되기도 했어요. 세월이 흐르며 유행도 여러 번 바뀌었죠. 열여덟 세기엔 혁명가들이 마음에 안 드는 동상들을 치워버렸고, 열아홉 세기엔 시 당국이 그을음을 닦아내며 단장했어요. 작가 빅토르 위고도 여기 사랑에 빠졌다니, 금빛 박공지붕과 조각들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한때는 진짜 ‘큰 시장’이라 장사꾼과 농부가 가득했고, 주변 골목 이름에 버터, 치즈, 생선 같은 흔적이 남아 있어요. 믿기 어렵지만 천구백칠십이년까지 광장에 차도 주차했답니다. 요즘은 사람들 감탄만 질주하죠. 이년마다 팔월이면 꽃 카펫이 광장을 덮고, 크리스마스 무렵엔 조명과 큰 나무, 사운드와 라이트 쇼가 벽돌마다 튀어요. 운이 맞으면 옴메강 행렬도 볼 수 있는데, 중세 복장의 귀족, 말, 거인 인형까지 영화 세트장처럼 지나갑니다.
한 바퀴 천천히 돌며 이 무대를 눈에 담아보세요. 빵과 혁명, 불길과 꽃이 한 광장에 다 모인 곳, 그게 그랑플라스니까요. 건물 금장에 정신 팔려도 괜찮아요. 그래도 브뤼셀은 아직 잔뜩 남았습니다. 이름이나 건물, 사건이 더 궁금하면 아래 채팅에서 저 앤디를 불러주세요.



